인터넷에 글쓰면서 공들일만한 열정이 아직 내겐 없는데도 자꾸 인터넷을 비집고 들어오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데 써놓으면 우연히 다시 보게 될 확률 조차도 극도로 떨어진 다는 사실. 사실 무슨 비밀도 아니고 지갑속에 꼬깃꼬깃 접어 넣을 비상금도 아닌터에야 그게 뭣이 되던 별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각설하고, 하얼빈에서 나는 뭔가 적어 볼까 하려던 참이다.
Exodus 2006. 12. 18 (+- 1)
뭔 짓을 한 것이었을까? 나는.
싸구려 와인은 다시 한번 내 삶을 얼룩지게 했다.
다행이 모든 것이 어긋난 출발 선에서 포기를 배운 탓인지.
24시간 꼬박 걸린 여정중 20시간 정도를 두눈 질끈 감고 버텨낼 수 있었다.
...
그렇다손치더라도....
...
다음날 인천공항에서의 쌩쇼는 해도해도 너무한 것이었다.
그 300위안만이라도 꿔주라던 경상도 아저씨는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었을까?
세상과 삶이 합의서를 찢고 나니 남은 건.
좌충우돌.
추락하는 날개 없는 것 아래 가끔 매트리스도 깔려 있다는데
다시한번 경배를!
Landing 2006. 12. 20
안개.
아. 대기 중에 이 연탄가스 냄새는 또 무엇인가?
누구는 인천공항에 몇년만에 내리자마자 "섹시한 입자"들을 코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던데,
나의 하얼빈 첫 숨 한 모금은
칠흙같은 안개속 저편에서 10억이 연탄구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었으니.
영하 15도. 하얼빈의 밤공기
그렇게 코 끝을 얼얼하게 했다.
잠깐 중국 남방항공 기내식 평.
쌩소시지가 나오는 기내식은 압권이었음. 알고보니 하얼빈이 쏘시지가 유명하다고.
그래도 어쨌든 쏘시지가 빠다도 못 만난 설정은 짐짓 당황스러웠음.
그나마 맛은 먹어줄 만. 시장이 반찬이니.
2006. 12. 21 하얼빈 송하강. 중앙대가
하얼빈 짱!
오~ 이런 도시였다니.
하얼빈 중앙대가를 한번 걷고 나니,
이 도시 매력있다.
아시아에서 러시아를 만나는 이국적 정취란 형용하기 어려운 것이더군.
중근 동지도 그래서 콧수염을 길렀던 것일까?
어쨌든,
우리내 선조들 "말타고 개장시" 하던 만주 벌판이라더니.....
꽁꽁언 송하강변에는 말도 있고 개들도 있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힘이 중국 도시 계획자들의 스케일을 이리도 키워 놓았을까?
하긴 하얼빈은 도시의 심장이 러시아와 유태인들의 작품이었다니 중국에 질문을 던지는게 적절치 않을수도.
듣자하니 북경이나 상해도 이렇다는데.
도대체 이 모든 것을 그저 문드러진 표현, "대륙적 기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까?
아.
도시 중심부에서 뿜어져나오던 압박감에 짓눌려 잠이 안 올 지경이다.
는건 오버지만,
중국을 이제서야 와 본 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 던 건,
지난 여름 어느 미국 학자가 농담처럼 했던 "베트남이 중국만큼만 됐으면 좋겠다"는 불가능한 언설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
사회주의적 집중과 종합의 포스란!
보따리채 들고 온 페이퍼를 이런 도시적 유혹과 흡인력에 맞서 끝낼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오늘은 베이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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