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3일 수요일

Tulúm - 뚤룸 마야 유적지 입구 #1

어느 여행 가이드 북이나 다들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을 여러 카테고리에 따라 선정해 놓는데,
그에 따르면 수많은 멕시코 고고학 유적지 중에서 테오티우아칸, 치첸이차, 그리고 뚤룸 세곳은 "초강추"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 가보는 것은 일단 여행의 기본 점수는 확보하는 것인 셈인데, 역설적으로는 그래서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같은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다.

세 곳 중에 다른 두곳이 규모로 승부하는 곳이라면, 뚤룸은 카리브 바닷가에 위치한 독특함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다. 실속으로 승부하는 곳이랄까. 칸쿤 리조트만 왔다가는 상당수의 미국, 유럽 관광객이 단일치기로 들러볼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하고.

뚤룸 같은 "유명 명승고적"은 인터넷에 그 정보가 널려 있으니 , 별달리 소개를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대개 칸쿤에서 튜어버스를 이용해 하루 코스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엔 ADO를 타고 개인적으로 가는 바람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있었던 것도 같다. 튜어는 튜어대로 끼어팔기식 루트를 잡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포인트 투 포인트"를 곧바로 옮겨가는 이동이 안되는 단점이 있는 듯.

ADO 뚤룸행 버스는 뚤룸시를 향해가는 노선이기 때문에 뚤룸시내에 도착하기 직전 고고학 유적지에서 하차해야 한다. 고고학 유적이 바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해서 차안의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한 멕시코 아저씨가 일본사람 아니라고 해도 자꾸 능숙한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해서, 띄엄띄엄 알아 듣고 내리긴 했는데, 등뒤로 끝내 "사요나라"까지 날라왔다.
어디서 일본어를 그리 배우신 것일까 궁금하다가, 영어로 전세계인을 "몰입"시키는 미국 옆나라에 사시면서 어찌 영어는 한마디도 못 하실까 갸우뚱 해하다가, "이웃나라"인 일본어 중국어 못하는 나도 그 아저씨 입장에서 보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멕시코 사람들에겐 일본어보단 영어가 백배는 쉬울 텐데...

참고로 뚤룸 고고학 유적지 바로 앞에는 ADO 버스의 사무실이 있다. 돌아가는 버스표를 그곳에서 사도 되고, 버스를 기다리는 대기실도 마련되어 있다.
뚤룸과 칸쿤간 ADO 버스는 갈때는 Xel-Ha 를 들러가는 노선이었는데, 돌아갈때는 Playa del Carmen 까지도 들려가는 "직통"노선이 아니라 "직행"노선이었다. 각 시간 대마다 경유지가 다른 것도 같았다.
소요시간은 노선과 시간대에 따라 2시간에서 3시간까지 걸렸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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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adores: 미소짓는 아저씨가 나중에 수금하러 오는 바람에.. ^^


뚤룸의 셔틀 매표소 앞에서는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명승고적지"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좋아보였는데, 차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것 보다는 뭔가 "덤으로" 경험할 기회를 갖는 것도 장소에 대한 친밀도와 기억의 농도를 높여 주는 것도 같다.

이제서야 알게된 것이지만, 셔틀 매표소 앞 공연은 "Voladores"라고 불리우는 전통 의식이었다.
볼라도레스에 관해서는 나중에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을 정리할 때 정리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찾아보니 재밌는 사실은 이 의식이 마야와는 직접인 관련이 없는 종족(Totonac)의 전통이라는 것이다.
마야의 대표적 유적 앞에서의 상설 공연이 타 종족의 전통 의식의 하나인 셈이었는데, 멕시칸 "전통"이라는 하나의 카데고리로 묶는다고 보면 이상할 것은 없는 것도 같고....
다만 나처럼 준비되지 못한 여행자가 그러하듯, 어설프게 다른 문화적 전통을 마야의 전통 의식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피할 소개 정도는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달까? 가이드북도 안들고 와서리, "보는 것이 믿는 것"이란 배짱만 있었던 터여서, 떠오르는 질문들에 "억측"으로 답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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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adores 셔틀 타고 가다 찍은 사진.

전봇대보다 더 높은데 한전에서 스카우트라도 ^^
나도 군시절 전봇대 좀 타봤지만 그건 안전장구를 다 갖추고 올라갔던 것이고..

갑자기 화창하던 날씨가 뚤룸 유적지를 향하려던 때 먹구름으로 뒤덮혔다. 살갗이 탈 우려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화창한 하늘을 기대했던 터라, 또 카리브의 햇살이 쏟아지는 "뚤룸 해변"을 한번 보고 싶었던 차라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중엔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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뚤룸 셔틀버스


뚤룸 셔틀 매표소에서 유적지 입구까지는 사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날씨가 덥고 비가 오거나 한다면 모를까 굳이 셔틀을 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그랬듯 초행자들은 "셔틀까지 있는 걸 보니 상당히 먼가보네" 하면서 지레짐작으로 왕복 셔틀 티켓을 사게 되는 듯. 

표를 끊자 마자 셔틀이 출발을 하려한데다가, 볼라도레스 공연이 끝나고 아저씨가 잔돈도 없는 내게 팁을 받으로 오는 통에 얼렁뚱땅  절묘하게 도망치듯 셔틀에 올랐는데, 유적지 입구에 도착해 보니 카메라 렌즈 뚜껑이 없다.
결국 셔틀을 타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되돌아가, 벤치위에 놓여있는 렌즈 뚜껑을 찾아 와야만 했다. 내게 팁받으러 왔던 아저씨가 공연중이어서 그나마 쪽팔림은 면할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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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현지 방문 증명 샷" 같은 사진이 하나 있어서 올려본다. 안경이나 제대로 쓸 껄... ^^ 
왜 찍었는지가 생각이 안나는데.... 거 참...
누구 말마따나 블로그의 개인홈페이지화를 막기위해선 자기 사진 같은 것은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데,
사명감을 가지고 블로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왜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있는지 스스로 궁금해 하는 것을 보면, 얼마간 딴짓 혹은 소일거리로 블로깅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각이 잡힐까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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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앞 유적지 진입 통로


뚤룸 유적지 출구? 공식출구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곳으로 유적지를 빠져나온다. (사실은 공식 입구다.^^)
매표소 앞 지도를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나름 합리적 동선으로 움직여야겠다는 강박에 빠지는데, 그 결과 대체로 매표소앞 통로는 출구가 되는게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하는 듯. 게다가 나오는 사람들만 보게 되니까...
나도 그렇게 눈앞에 놓인 진입통로를 외면하고 왼쪽 통로로 돌아 들어갔다.
그렇게 해보니 그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머리굴릴 필요가 없었는데, 사람들은 가끔 쓸데없이 스스로를 시험한다. ^^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려고 하면서 보니까 벌서 관광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온 것이었으니 그들은 이제 오전 관광을 끝내고 다음 행선지로 향할 때였나 보다.
"명승고적지"에서는 단체 관광객들의 늘어선 행렬을 피하는 것도 운이고 보면,  그나마 "때"를 잘 맞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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