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였나?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던 시각,
낮잠자고 있던 노동자도 "위대한 프롤레타리아"인지,
농담인지 진지했는지 모를 이야기를 나눴던게 기억이 나는데,
생각해보면 "위대한 프롤레타리아"가 되는데 잠도 참 결정적인 셈이다.
그건 러시아 이야기고, 그저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한국은 온 사회가 4당 5락이네 하며,
잠을 줄이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강박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던 것도 같다.
한때 밤 9시면 온 나라가 아이들을 재우려 나서 듯,
"일찍자고 일어나는 건강한 어린이가 됩시다"고 압박을 하다가,
어느순간 "4당 5락", 눈에 성냥깨비 끼우고 엽기 날을 새는 청소년을 만들어 낼때는,
좀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아이들의 수면규율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권위의 자리란 소린가?
잠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몸과 정신을 통제하는데 결정적이란 사실을
그들이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데...
거창하지만, "훈육기계"가 오작동 한 내 인생에 잠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은,
그 범위와 다발성에서 타의 추종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오후 1시에 집을 수리하러 오기로 되어있었다.
이미 지난 1월 한번의 약속을 잠자다 놓친 적이 있는 전력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시간도 오후 1시면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고....
한데 항상 일들이 그렇듯, 어제 밤을 꼴딱 새고
오전 10시가 다 되어서야 쓰러지듯 눈을 붙였다.
두개의 알람을 꺼지지 않도록 초강력 셋팅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2시, 12시 30분, 12시 33분, 12시 45분......
거의 한시간을 10여분 단위로 나누어 잠든 나를 불러낼 참이었는데,
알람의 "호소"는 나름 성공적이어서, 거의 10분 단위로 약속시간 전에 잠을 깼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
12시, 12시 30분.. 12시 40분 그리고...12시 45분 알람을 끄고 나서 눈을 떠보니
1시 10분!
헉! 왜 1시엔 날 못 깨운것이야 이 "알람"아!!!!!!!
그래도 혹시나,
설마 그사이 집에 왔다 가진 않았겠지 하고 전화를 해보니,
벌써 집에 왔다 갔단다.
어찌 이런 일이..
똥싼놈이 성낸다고,
내가 되려 "왔으면 초인종이라도 눌러보지 그랬냐"고 하니까,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해봤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결국 나도 내가 자고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든 "인간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20여분간 쓰러져 있던 나를 도대체 어찌한단 말인가?
불규칙 생활 리듬.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이 하루이틀이 아니라지만,
자꾸만 "잠"을 통제하려고 바둥거려왔던,
내인생이,
이젠 "잠"의 역습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너무 빈번해 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날새는데는 누구보다 자신 있던 몸은 집중력과 비생산성을 노출하기 시작하더니,
줄담배와 두통만을 항시적인 것으로 만들고...
한번 쓰러지면 이불속에 파묻혀 일어나길 거부하는 몸뚱이가 되어버리니...
"그때 일어나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자체가
공포인 이 삶에서 어찌 빠져나올지 정말 막막하기 그지 없다.
하여 오늘도 결국 1시 10분 기상의 참화를 또 뒤로 하고 이불 뒤집어 쓰더니,
결국 해 저무는 5시에 일어나고 만 것 아닌가!!!!!
걸려 온 자동차 정비 서비스 만족도 설문 전화에
Yes, Good, Excellent ! 를 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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