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뉴욕타임즈를 읽다보니 매우 쇼킹한 기사가 하나 있다.
뉴올리언즈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말의 날"을 예감한 듯, 허리케인 구스타브를 피해 피난을 떠난 기사가 전면에 실려있는 한쪽구석에 미국 대선에 "허리케인"이 될지도 모를 기사가 있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정식 선출될 맥케인이,
미국 대선판을 뒤집기 위해 던진 초강력 승부수인,
40대 여성 부통령 후보 Palin 의 17살 난 딸이 임신 상태임을 맥케인 선거운동본부에서 확인해줬단다.
현재 임신 5개월이라고.
가쉽은 가쉽으로 봐줘야하는데...
사실 난 처음에 Palin 의 프로필을 보다가, 40대의 나이에 아이 다섯을 낳은 주지사라는 그녀의 독특한 커리어에 조금 갸우뚱했었다.
뭐 농담반 진담반으로 알래스카가 춥기도 하니까,
뭐 방 밖으로 나가기도 그렇고 겨울엔 밤도 길어서 뭐 할일도 없고 하니
"스쿠알렌" 효과로 인생 즐겁게 살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나만 갸우뚱 한게 아니라 미국 "리버럴" 블로거들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 사이에서 Palin 에 대한 루머가 퍼져나오기 시작했는데,
지난 4월에 태어난 Palin 의 막내 아들이 사실은 큰 딸의 아이라는,
무슨 한국 아침 드라마용 스토라인이 그 루머의 줄거리였단다.
결국 오늘 맥케인 선거대변인이 그런 루머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Palin 의 막내딸이 현재 임신 5개월이란 사실을 확인해줬다는데, 거 참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막내동생을 낳은 시기에 큰딸은 임신을 한셈이다.
낙태반대자이신 Palin 이 미국식 "나이스 맘"의 언사를 자신의 딸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대중적으로 토해내는 것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딸아이를 임신시킨 남자애와 자기 딸이 조만간 결혼 할 것이라고 한 것은 딸이 임신한 것보다 더 충격적으로 읽혔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코믹함이 한국 "꼴보수"들과 별반 차이가 없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랄까?
백번양보해서, "강간범과 결혼시키던" 한국 부모들과 비교는 안된다 손 치더라도,
17살 딸의 의사가 무엇이던 간에, 부모가 먼저 "정치적"으로 설레발을 치는 Palin의 모습이란 느낌이 들어 실소가 터져나왔다. 낙태는 정치적으로 안되는 것이고 하니..결국 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딸의 인생도 당분간 자기 명예 아래 덮어두겠다는 것인가도 싶고.. 임신하면 결혼해야한다는 논리가 미국적인 것은 아니것 같아서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어보이고...
미국의 "키보드 워리어"들의 입장에 마냥 동의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금욕적 성교육"을 절대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의 딸이 미국의 대선정치판에서 희생양이 되고 말것은 분명해 보이는 것 같다.
부모와 다른 입장의 자식들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성적 자기결정권이랄지, 낙태권이랄지도 좀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충분했을 텐데도, 어미가 강력한 금욕주의 성교육 전도사고, 혼전순결교육주의자고, 낙태반대자인 덕택에 그 딸은 얼마나 맘 고생이 심했겠는가?
뭐 어쨌든 "야심만만"한 부모 때문에 자식이 고생하는 악순환이 아침 드라마용 픽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이 잘 보여주는 것은 같다.

"루머의 진원지"인 한 웹사이트에 따르면, 위의 사진은 알래스카 주정부 웹사이트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 사진이란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 "소문에 따르면" 큰딸이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고. 그런데 현재 임신 "5개월"이라니, "큰딸의 아들"이 지난 4월에 태어난 후에 바로 임신한 것은 아닐테고 어쨌든 좀 복잡한 가족이긴 한 것 같다.
다른 뉴스 소스에 따르면, 소문이 알래스카에 이미 몇달전부터 퍼져있었음에도, 알래스카 언론들에서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Pain 쪽에서 전혀 확인을 안해줬었다고.
결국 알래스카 신문은 자기 주지사 가족 이야기를 저 멀리 미 본토에서 들어야했단다. 미국식 저널리즘의 관례에 따르면 아주 예외적인 것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