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먹을 곳을 찾아 거리를 걷다가 신호등에 멈춰서 있던 중 K와 L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이건 또 뭐야~~"
"사진 좀 찍어둬요."
앵무새를 잃어버렸단다. 그러니까 앵무새를 찾고 있다는 광고였다.
15세의 세네갈산 앵무새가 9월 2일날 사라졌다는데, 새를 찾아 돌려주거나 새의 위치를 알려주면 사례를 하겠단다.
주인의 애타는 심정은 문장에 묻어나오긴 하는데, 정작 발걸음을 멈춰 광고를 읽는 사람들에겐 한편의 "미국식 유머"로 읽히고 말았다.
"앵무새 잡는 포수도 있나?"
"앵무새 평균 수명이 어떻게 되죠? 15살이라는데?" -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앵무새의 평균수명은 50세, 최장수명은 90세란다. 그러고보니 사춘기 가출일까? 아니면 성년이 되어 출가를 한 것일까?
"주인이 특식이나 외식을 좀 시켜주지." - 새모이통 말고 다른 데서 먹이를 찾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인이 썼다.
"근데 특별히 여자를 좋아하는 건 왜지?" - 주인 왈,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게 "특별히" 여자란다. 앵무새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주인이 여긴다면, 주인은 여자일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근데 앵무새가 SHE 이므로 이건 좀 묘해진다.
그나저나 흑백으로 출력된 "그녀"의 사진을 통해서는 앵무새를 설령 마주친다고 해도 그게 "도망나온" 앵무새인지 "길잃은 앵무새"인지 알길이 있을까 싶었다.
아무리 미국의 작은 소도시 다운타운이라지만, 새가 꿈꾸는 세상은 숲일 것일 수도있고, 만약 다른 도시인이 그 앵무새의 새로운 주인으로 나섰다면 이미 다른 "새장"속에 갖혀있을 것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농담과 시껍한 생각들을 뒤로하고 건널목을 건너는 데,
North Carolina에서 새장을 뛰쳐나간 세네갈"계" 앵무새의 운명이,
애처롭게 자신의 "분실물"을 찾는 주인보다 더 안쓰럽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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