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6일 월요일

개와 고양이의 차이...

내 절친한 친구중의 하나가 예전에 그런 표현을 쓴 적 있다.

"장소에 집착하는 고양이가 되기 보다는 사람에 집착하는 개가 되고 싶다."

사실 고양이도 장소를 찾아 헤매이고 개도 사람들 사이를 떠돌아 다니긴 하지만,
낭만 고양이는 있어도 낭만 강아지는 없고 도둑 강아지는 더더욱 없는 한편에,
복슬 강아지는 있어도 복슬 고양이는 없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어떻든 나는 대체로 고양이에 가까운 것은 같은데,
그러다 보니 따를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게 가끔 적적하다.

6년째 같은 장소로 돌아와 정처없이 배회한지 또 20여일이 지났다.

2010년 4월 10일 토요일

"내 친구 수미의 졸업" - 서울 메트로 공익광고


올리는 순서가 좀 헝클어졌다.

지하철 안에서 본 서울 메트로 공익광고 "내친구 수미의 졸업"은 "목련꽃 브라자"와는 다른 전혀 다른 차원의 충격을 줬다.

이보다 더 한국적일 수 없는, 지극히 "한국적인 공익광고"를 본 느낌이었달까?
사진이 흔들려서 그대로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다.

내친구 수미의 졸업


대학새내기가 된 반 친구들 사이에서 꽃처럼 활짝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마음 아팠을 내 단짝 수미, 함께 멋진 대학생이 되자던

1년 전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1년 뒤, 더 멋진 11학번이 될 수 있겠죠?


네 그럼요. 잘 해낼 거예요. 1234 서울 메트로가 고객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거칠게 말해서 "자살방지" 공익광고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각한 문제를 지닌 "공익광고"다.

설령 좌절방지, 자살방지 용이라고 해도,
문제는 대학을 못가면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사회가 문제인 것이지 그저 "힘내라 응원"으로 "좌절방지"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내년에는 12학번은 될 수 있을거라고 하실텐가?
 
도대체 대학을 가는 것이 "공익"적인 것이란 생각은 어디서 연원한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하긴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회니 국가적으로 입시지옥을 양산하는 한국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약속"도 못해 본 수많은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하란 말일까?
다시 입시에 실패한 재수생들은 저 광고 보고 더 비참해지지는 않을까?

공익광고 아래 "기대지 마시오" 로고가 여러모로 의미 심장하다..

영화공간 주안

그러고보니 3월 28일 05시경에 신림역에 있었던 나는,
12시간후인 오후 5시경에 인천의 영화공간 주안으로 <경계도시 2>를 보러 가고 있었다.
이기자가 전화번호 안 찾아줬으면 그나마도 못 찾을 뻔 했다.

인천 남구에서 지원을 하는 영화공간이라는데, 관람료가 5천원 밖에 안했다.
그런데도 관객이 10명도 채 안되었다는게 안타까웠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야 이미 충분히 되고도 남음이 있지만,
<경계인> 이론에 그닥 감흥이 없는 나에겐,
송두율귀국추진위원회 활동을 해오셨다던 아저씨의 분노가 폭발하는 장면이
그 논리에는 동의하지 못할 망정 인간적으로 이해되고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었다.

적어도 그 사람은 송두율이 유치장에 송치될 때,
가장 앞에서서 구속절차를 서두르던 형사들에게 분노를 표하지 않았던가?

북한에 민노당 내부정보를 제공한 간첩이 있다고 제명을 요구하고 끝내 분당을 결정했던 진보신당의 대표가
<우리안의 조선일보>운운하는 것도 좀 우습지만,
경계도시 2를 보며 또 쉽게 우리안의 레드컴플렉스에 대한 상투적 반성을 하는 것도 크게 의미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고나오며 한가지 갸우뚱했던건,
노무현 대통령의 송두율귀국관련 국회연설 부분이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송두율의 귀국은 전례없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추진한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모두가 충격에 빠졌던 것이고.

감독의 의도는 미루어 짐작 가능하지만, 지나치게 "계몽"적인 나레이션도 좀 거슬렸던 듯.

신림역 안전문에 새겨진 시...

깜작 놀랐다... 기초의회선거에 나선 친구를 만나 새벽까지 술마시다 아침에 지하철타고 가는데....

문학작품은 작품일 뿐이지만
가끔 한국사회는 느닷없이 개방적이다.

찍은시간이 3월 28일 05시 58분 08초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