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과 일본이 야구를 하던 날,
텔레비젼이 없는 관계로 사회학과에 함께 입학한 분 집에가서 보기로 하고,
먹을 것을 사러 해리스 티터에 들렀다.
맥주안주로 뭐가 괜찮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육포가 괜찮겠구나 해서 찾고 있는데
미국의 대형 할인 마트가 그렇듯,
육포를 찾아 하염없이 물건들의 대열사이를 빙글빙글 돌다 지쳐갔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물어볼까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어떤 아프리칸 어메리칸이 무거운 생수박스를 막 진열대에 올리고 있지 않은가?
이때다 싶어서 바로 달려가 어디서 육포를 찾을 수 있냐고 대뜸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그러나 "I don't work here."
영화 Crash를 보고 미국인들이 인종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가뜩이나 화가 나있어서였을까?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할인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히스패닉이거나 흑인이라는 현실에 아무렇지도 않게 나 또한 멀쩡하게 차려입고 자신이 사지 않을 물건을 되돌려 놓고 있는 이에게 의례 껏 종업원이라고 생각했던 나와 한참을 머쓱해하던 그의 표정이 아직 남아 있다.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것을 폄하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고 머쓱해졌을까?
영화 탓이다. 그러고보면 정치적으로 옳바르게 산다는 것은 세상의 딜레마를 철폐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기획인데다가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는 효과만을 생산해 내는 듯.
그나저나 Crash 는 아직도 좀 짜증나는 영화로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제목만 거창한 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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