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6일 목요일

난독증을 앓는 이의 자기분석

공부하는 사람에게 난독증은 그러니까 종양과 같은 것이다.
 
제법 읽기가 잘 되는 날이 있는 듯 싶다가도, 어느새 증상이 스믈스믈 기어나오게 되고, 그런 날 들이 지속될 수록 모든 글들에 대한 저항감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그 증세는 이를 테면 다음과 같다.
책의 나머지 페이지를 읽은 페이지와 두께를 비교해 본다거나, 책의 무게를 달아본다거나, 사진과 도표와 행간의 간격을 살펴본다거나 하는 출판공들의 작업을 독자가 하게 될 때, 일단 의심해 보아야한다.
그 다음은 눈과 머리가 멀티테스킹을 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종종 손도 기계적인 침바름과 종이 넘김을 해대는 그러니까 신체 각 기관의 분절화가 동일한 작업내에서 극대화 되는 양상을 보인다.
증세가 아주 최악의 단계로 이행할 때는, 분절화를 통한 재 통합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인데,
속칭 매직아이 효과라 할 수있다.
 
독자는 그가 글을 읽고 있는 지 아니면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지 혼동하면서 자신의 신체와 글과의 사이에 제 3의 공간을 창출해 낸다. 이 과정에서는 신체의 에너지 소모가 극대화 되기 때문에, 간혹 정력의 눈금이 바닥을 치는 이들은 잠으로 빠져들게되고 글들 위로 침을 방출하거나 글들의 공간을 자신의 신체와의 직접적 접촉을 통해 손상 혹은 해체 하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엔, 대개 유체이탈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신기류의 공간이 글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형이상학적 사고의 공간과 차별성이 미미해 보이기 일 쑤이기 때문에, 독자는 자신이 "독서"라는 과정중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고, 그 신기류의 정언명령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까 난독증의 끝은 결국 독서를 자연스레 멀리하는 어떤 경지로의 이행이다.

내가 그러니까 지금 그러하다.
넋이 나가있다가 깨어나 보면 뻘 짓을 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말이다.

댓글 2개:

  1. 추천해줄 만한 의사 병원 혹은 치료방법이나 서적같은것이 있으신가요?



    전 성인인데 (38세)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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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정신적인 정신적인 문제가 큰것 같아서 쓴 글인데요. 반면에, 실제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네요. 시신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특수 안경을 착용하거나하는 방식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답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좀 생각을 더해보니, 사실 제 경우엔, 개인사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은데요. 어렸을 적 "속독법"을 배웠었거든요. 글을 읽는 마술같은 것을 배운 셈인데, 다 마술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성장기에 눈과 두뇌에 무리를 준 것도 같습니다. 절대 어린아이들에게 시킬 것은 아니지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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