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2일 토요일

티벳과 중국의 대결?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어제 학교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변호사(판사였다가 쫒겨났었나?)가 강연을 왔다. 내가 맡은 일은 포스터 붙이고, 행사장 정리요원으로 두시간동안 행사장 밖에서 문지기 일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변호사가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한마디도 못 들었던 셈인데, 문틈사이로 간간히 흘러나온 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던 것으로 보면, 그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그 인권운동가의 개인사가 감동적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행사장 밖에서 뻘쭘히 서 문지기를 하던 중, 학교 신문을 보니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난 기사가 시선을 붙잡았다. 그 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티벳투쟁 지지시위가 있었는데, 그 시위장에 80여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나타나서  양측의 구호와 함성으로  행사자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의 중국 하나의 세계", "티벳은 중국의 일부다" 등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중국국가를 티벳을 지지하는 학교 인권운동 단체를 향해 불렀다는데 학교 경찰이 만일에 대비해 출동하고, 학교 학생과담당 교수들도 출동하는 "사태"였다고 한다.

그동안 유투브, 중국 인터넷등들에 티벳사태에 "분개하는" 젊은 중국인들의 격한 움직임에 대해 들어왔지만, 그것이 미국의 한 대학에 까지 옮겨오게 될지는 몰랐다.

나중에 사회학과 대학원생에 들어보니 학교신문에 실린 오성기를 들고 소리치는 모습의 중국인이 자기 동기여서 자기도 현장에 있었다는데, 그 "쪽수"에 모두가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날 "친 중국 시위"는 티벳관련 학내 시위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듀크 중국인 학생회가 긴급 회의를 밤에 소집에서 조직되었다는데, 심지어 근처 NCSU 에 다닌다는 중국인 유학생들까지 참여했다니 중국인들이 티벳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전투적"인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결국 티벳 인권 문제는 밀려나고, 친 티벳 시위를 준비한 "미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학생들간의 설전이 주가된 신문기사가 되고 말았는데, 중국 유학생들의 정치적 의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몰고가는 신문기사는 조금 거슬리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오늘의 한마디"로 따로 실려있기 까지 했는데...

" God Bless America" 라고 내(주-미국인 학생)가 말하자 중국인 학생들은 야유를 했다.
"자유와 정의를 모두에게"라고 소리치자, 중국학생들은 "거짓말 쟁이"라고 소리쳤다.

사실 미국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라면 나도 고개를 끄덕이겠는데,
기사 맥락에서는 미국내에서 미국 대학을 다니는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을 무시한다는 내러티브로 읽히고도 남음이 있었다.
전형적인 미국적 시각이랄까? 갑자기 티벳 사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나친 관심"에 의구심이 들정도인데....

올 한해 미국내 "반중감정"은 치솟을 데로 치솟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장난감 사태부터 중국산 식료품 그리고 이젠 티벳까지...
그런 사태에 고소해 하는 한국인들도 어이없긴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티벳사태를 국가주의적으로만 바라보는 중국의 젊은이들 앞에서도 기겁을 하게되니 정말 요즘은 만사가 몹시 복잡하다..


** 동영상을 보니 내 지도교수도 나오고, 내가 언급한 사회학과 한국인 대학원생도 나온다...ㅋㅋ

댓글 3개:

  1. 티벳독립 지지자들의 모임입니다.



    티벳... 북한... 그 다음은 남한입니다.



    중국이 나날이 강성해짐에 따라 주변 민족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 생각치 말고 우리가 힘을 보태줍시다~!!!!



    "티벳독립지지자들" 주소는 http://cafe.daum.net/freeTB입니다.



    그리고 운영자도 모집합니다.



    많은 성원부탁드려요.

    답글삭제
  2. @협 - 2008/04/13 13:33
    네. 죄송합니다만, 저는 아직 "독립"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진 못했습니다. 티벳의 경우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구요. 현재 국제정치지형에서 티벳의 독립이 갖는 정치-경제적 의미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원개발권을 염두한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조금 안타까운 이야깁니다만, 동티모르 독립이후 가장 큰 이득을 본 국가는 호주였지요. 유전개발권을 거져 가져갔으니까요. 호주는 가장 강력한 동티모르 독립지지국이었습니다. 독립 했으나 독립하지 않은 상황과 같은 것을 피할 수 있는가하는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독립인가의 문제도 있겠구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님이나 다른 분들처럼 쉽게 독립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 아마도 제가 "제정일치"에 가까운 사회에 대한 "근대적"인 반감이 있고, "민족주의" 자체에 또 어느정도 시니컬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달라이라마에 그다지 열광해 온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도 얼마간 영향이 있는 것도 같네요.



    님께서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 한말씀 드리자면, 중국의 팽창주의가 문제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현재의 티벳독립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엔 의문이 남지요. 안타깝지만 사실 서구가 티벳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정치적 의도도 순수한 것만은 아니구요. 섯부른 추측입니다만, 티벳이 아프카니스탄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대응 양태는 그 모든 문제보다 더 직접적으로 큰 문제들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요.



    좀 더 티벳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독립요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 티벳은 티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니 말이지요.



    원론적인 이야깁니다만, 티벳인이던 한족이던 저는 오늘날 세상에서는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은데요. 티벳인이던 한족이던 또 그 누구던 사회제도적으로 가난을 면하지 못하고 자유를 잃은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이 민족주의적 독립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이런 측면에서, 달라이라마가 했다는 한족에 의한 "인구학적 테러"라는 말은 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세기가 민족주의적인 혹은 인종, 부족중심주의적인 독립운동이 만들어낸 역사의 궤적이 만들어낸 세계지도, 분쟁지도의 시기였다면, 이젠 새로운 정치적 지향과 의미들을 생각해낼 필요가 있는 시기가 아닌가합니다.

    답글삭제
  3. @협 - 2008/04/13 13:33
    오늘보니 한국 신문에도 관련기사가 실렸네요.



    http://news.empas.com/show.tsp/20080421n01734



    학교 신문 기사에 따르면, 중국인 여학생이 자신은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중국에 돌아가면 구속 당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한데 대해서, 중국 유학생회 회장이 중국은 이런 문제로 자국민을 구속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매우 "애국주의적인" 성명을 또 내놓았습니다. 문제의 중국여학생도 자신이 티벳 독립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구요. 반면 학내의 보수진보를 망라한 단체들은 이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슈화하겠다는 입장인가 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는 기말고사중이라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지요.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인데, 지난 주 제 지도교수가 주도한 중국학생들과 티벳지지자들의 토론회는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난상토론이었다고 하더군요. 얼핏 결과를 들으니 양측 모두 일정한 수준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싸움구경하듯 문제를 바라보기 보단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며 이해해가는 과정으로써 토론이 이 문제에 대한 가능한 타협점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토론이라는게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어려운 투쟁의 방식이기도 하지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