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2일 화요일

다시 미국.

"OO한 귀환"이라고 뭔가 거창하게 써볼까도 했는데,
테러범을 공항검색대와 입국심사장에서 잡겠다는 미국공항에서의 악몽이 떠올라 그만 뒀다.
한명이 여럿 잡을 수 있니까 그 한명을 잡기위해서 여럿은 계속 잡혀있어라라는 권력의 "경찰"업무 정당화는 가끔 내 머리에 폭탄이 설치된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지 이미 제발로 들어왔던 미국이고,
난 이제 미국에서 하루빨리 나가기 위해서 다시 들어온 셈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어쨌든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한달이 자고 일어나니 꿈같이 느껴질 정도로 낯설지만 또 익숙한 공간으로 말이다.

생각해 보니 꽤 많은 일들을 하고 온 듯하다.
여행도 갔고, 난생처음 예술의 전당에 가서 발레도 봤고, 대학로에서 오랜만에 연극도 봤고, 영화도 꽤 많이 봤으며, 책도 한주에 한권은 읽었으니...

술도 꾸준히 마셨다.
지루하지 않은 술자리들이 몸이 허락하고 사람들이 날 반겨 해주던 한에서 이어졌었다.
아카데미 내부의 인간들은 역시나 별 재미가 없는 사람이란 걸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재확인했다.
 
정작 내 본업과 관련된 그 어떤 일도 무려 한달동안 하지 않았고,
그때문에 남은 이달내내 "피똥쌀"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시간의 무게가 삶과 더불어 묵직하게 느껴지고,
그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어느 겨울날들을 가질 수 있었음에 뿌듯하다.

돌아오자 마자 새학기 강의보조 업무로 정신이 없는 상태지만,
간간히 그날들의 기억을 정리할 시간을 가져보긴 해야할 텐데...

아~ 다시 미국. 다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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