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0일 일요일

소문처럼 못 만든 영화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고서, 2007년경에 일본에서 제작된 "남쪽으로 튀어"를 봤었다. 사실 원작만한 영화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본에서 제작된 남쪽으로 튀어는 일본 영화 특유의 미니멀리즘 같은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임순례 감독이 제작을 맡아 남쪽으로 튀어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 한국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려고 하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전에 튀어나온 뉴스는 임순례 감독이 촬영장을 박차고 나왔다는, 주연배우 김윤석과 불화 때문에 영화제작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화작업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만드는 공동작업일 터인데, 감독이 촬영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말그대로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내 다시 화해를 하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2013년 개봉.
시사회 이후, 임순례 감독이 상업영화 제작에 나서 장르적으로는 코메디영화를 시도한 것 같으나 실망스럽다는 평단의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그나마 임순례 감독에게 애정을 가진 평론가들은 "너무 늦은 제작"이라는 아쉬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래도 원작을 재밌게 읽은 사람으로서 궁금해 보긴 했는데...

감상평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말 못 만든 영화라는 것.
원작을 읽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재앙같은 느낌일테고, 그렇지 않은사람도 머리속에 김윤석밖에는 남지 않는, TV 문학관류의 작품이란 평가밖에는 해 줄수가 없다.

김윤석의 연기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데, 원작에 나타나는 조금 괴팍한 캐릭터를 "아버지" 캐릭터로 해석해버린 통에, 어줍지 않은 휴먼 드라마가 된 느낌이다. 안성기에게서 느껴지는 천편일률적인 저음 딕션도 아주 거슬리고.

한국에서 아나키즘이라는 것이 아직 낯선 탓도 있겠지만, 오히려 문제는 섬으로 내려간 이후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촬영하면서 경상남도 남해군을 설정한 것은 뭐랄까 어이없음의 극치였는데, 이런 영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전라남도 영상위원회는 무슨 생각이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각 지자체들이 영화제작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같은데, 좀 생각을 가지고 했으면 하는 바램도 들고.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이후 상당한 슬럼프를 겪을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진정한 "졸작"을 본 느낌.

## 엔딩 크레딧을 보니까 각본에 김윤석의 이름이 올랐더라. 그냥 자기가 감독하는게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잠깐.
안 본 영화이긴 하지만 "완득이"란 영화와 김윤석의 이미지가 상당히 겹친다는 평가가 많던데, 그럴 것이었으면, 오연수 역할을 재해석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영화가 좀 돌파구를 찾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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