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홍대앞 카페에서

훌쩍 2주가 지나버렸다. 한국에 온 지.
사람이 삶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하는 방식은 많다.
눈가에 자글자글 해지는 주름살이던지 얼굴위로 후추 뿌려놓은 듯 생겨난 기미를 어느날 거울을 통해 확인한다던가, 카드 고지서나 공과금 고지서가 날라와 말라가는 통장잔고를 확인한다던가....
어쨌든 대체로 혼자라고 느껴지는 시간에서야,
그렇게 흐름의 가장자리에 살짝 밀려난 느낌이 들때야 거침없이 혹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어떤 시간들을 관조하듯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 2주가 지났다. 2주가 또 내게 남아 있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눅눅하였으나 퀘퀘하지는 않았던 모텔방에서 하루밤을 보낸 후,
강원도에 갔었다.

겨울해는 짧고, 바람은 매서웠기에 생각보다 많은 감상을 털어내거나 안아오거나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대한 동경만이 계절과 세월에 쓸려가버린 듯 애틋하게 일어났다.

그래도 한국 현대사 책에서만 읽던 사북 탄광에 가보았던 것은 계획에 없었던 것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한국 현대사가 남겨 놓은 공포영화 셋트장 같았던 탄광에서 박제화된 광부들의 삶의 흔적을 바라보는 것은,
진폐증에 피를 토하고 갱도에 갖혀 신음하며 소리치던 이들, 그 밖에서 발을 동동구르며 통곡하던 삶들의 폐허를 보는 듯 했다. 자본주의의 폐가....

그 "폐광" 위로 화려한 불빛을 뽐내며 우뚝선 카지노에도 갔었다.
발딛을 틈 없이 들어찬 사람들 사이로
충혈된 눈망울과 노숙의 시큼한 냄새가 동물적 혐오감을 자극하고,
테이블 위로 쉴새 없이 던져지던 오만원권 뭉치들이 지폐계수기 위에서 연신 경쾌한 소리를 내고,
한 판이 끝날 때마다 구멍속으로 쉴새없이 딸그락 거리며 빨려 들어가던 칩들이 사람들의 탄식을 아우르던.....

자본의 막장은 실제 탄광이던 그 위에 화려하게 자리한 카지노에서든 삶을 칠흙같은 어둠속으로 질식하듯 빨아 들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강원도 여행은 끝났다.
그리고 홍대근처의 Guest House 에서 본국에 돌아온 "Guest"로 요사이 며칠을 보냈다.

핸드폰이 없어 공중전화기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끝내 지독한 독감에 걸렸고,
주거부정 상태로 이곳 저곳을 떠도느라 미국에서 한달 생활비를 2주만에 써버리기도 했다.

3500원짜리 밥집이 있는 것은 고맙고 행복한 일이었으나,
조그만한 커피잔에 담긴 그럭저럭한 맛의 커피 한잔에 5000원씩 한다는 것은 영 피곤한 일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내게 언제 "집"이 있기나 했더란 말이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 돌아가고 싶은 곳들 마저 "일시적"이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문제적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