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어느 신문기사가 주는 씁쓸함.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내 인생에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이름 석자와 더불어 떨어지지 않는 어떤 나쁜 기억들이 있고,
이 세상에서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고 "잘 나가는" 인생들이다.
피끓게 하거나 가래 끓게 하는.. 그런 인생...

기사 하나를 읽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임권택 감독에게 명예 졸업장을 줬단다.

임권택 감독 58년만의 명예졸업장


별로 놀라운 것은 없었다. 내가 그 학교를 다닐 때
이미 임권택 감독이 한때 내가 다니던 학교에 다녔던 사람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난 그가 졸업을 못 했었는지는 몰랐다.
졸업시즌도 아닌 이때 명예 졸업장 수여식을 한 게 좀 난데 없긴 하지만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임권택 감독이니 명예 졸업장을 준다고 해서 뭐가 문제 될 것은 없으니 말이다.

한데.. 아..
내 개인사적으로는 임권택 감독 보다는 1000배는 가까운 낯익은 이름 하나가 보였다.
임권택 감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 교장선생의 이름.

이게 누구신가?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 폭력 교사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교장"이 되셨나 보다.
기술 과목을 가르쳤던가? 공업이던가? 그 시기엔?
하나의 시험이 끝날 때 마다 그 반 학생들은 엉덩이 실핏줄이 터져 팬티가 안떨어질 정도로 맞았다는 소문이 횡행했고, 그의 수업시간에는 언제나 교실 공기를 팽팽하게 만드는 살기로 가득찼다.
다행인 것은 그가 국/영/수 교사가 아니어서 일주일에 한 두번만 만나면 되는 사람이었달까?

학교 일보다는 집안에서 운영한다던 타월 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었고,
학교 행사에 자기가 관계하는 회사 물품을 납품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그래도 교회에서는 무슨 장로가 되서 학생들을 교회에 나오라고 닥달하던 그런 선생이었는데,
내 모교의 교장이시란다. 지금..

사립고등학교 그것도 "미션스쿨"이라는 교회재단 학교의 교장이 애초에 무슨 "훌륭한 스승"들이 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성추행 교사가 교육감되고 교육위원되고, 폭력교사, 비리교사가 교장되고 하는,
이런 악순환은 대체 언제나 끝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그래 다 내 책임이다. 고등학교때 좀 더 확실하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1991년 6월 폭력교사 추방 학내 민주화 쟁취 투쟁을 좀 더 치열하게 전개 했었더라면 그가 교장은 되지 못 했을까?

낯익은 이름 하다가 나를 다시 고등학교의 "피끓는" 시간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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