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박쥐를 보다.

불법 다운로드로 박쥐를 봤다는 사람을 알게된지 한달도 못 되어
나도 그런 어둠의 터널을 통해 박쥐를 보게됐다.

박쥐가 박.쥐로 바뀐 채였고,
어디선가 신문기사에서 읽었던 것 처럼,
영문자막이 그대로 입혀져 마치 DVD 출시 본 같은 그런 "콸러티"를 가지고 있더라.

그건 그렇고, 내가 참 황당 했던 것은 그간 내가 읽은 이른바 "잘 쓰여진" 영화평들이었다.
박쥐가 무슨 대단한 영화인 것 처럼 읽고 싶어하는 안달이 느껴지던...

원래 그런거 대충 읽고 말기도 하고 대단한 영화로 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복잡하게 보시던가 해라 뭐 그런 주의이긴 한데,

어쨌든 난 무슨 거창한 상징 읽기 시도와 같은
그런 시도가 이 영화를 보는데 중요할까 싶더라.
보고나서 든 생각이었다.
 
난 생각없이 영화 보고 내 맘대로 느꼈고,
생각 없이 봐도 그러저럭 기본은 하는 영화긴 하던데, 그렇다고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하긴, "난 부끄럼 타는 사람이 아니예요" 와 같은 대사가 튀어나오던 장면은 나름 날 웃겨주기도 했다.

내가 좀 불편 했던 것은 이 영화가 약간 뻔한 결론으로 흘러가 버린데다가,
전혀 희망이랄지 욕망의 해방이랄지 뭐랄까 마음 속 빗장을 여는 "코드"가 없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필요이상으로 무겁게 뭔가 "들어있어" 보이기만 하다만 것 같아서,
그러다 보니 재미도 좀 반감되는 듯 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영화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좀 엉뚱한 버젼이었는데,
딴생각을 계속해서 그랬던지, 
느닷없이 노무현의 초상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노무현과 지질이도 억눌린 인간들이
서로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인간들 피빨다가 그만 죽기로 결정한 듯 한 그런 슬픈 이야기가 겹쳐졌달까? 
내 눈에는 자꾸 눈먼 휠체어 탄 신부는 김대중이고... 송강호는 노무현이라고 보이던데...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떠오른 이미지가 좀 묘하긴 하다.

어쨌든 뭔가 과잉이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 그만큼 상투적인 듯. 
박찬욱 분발 좀 하시지.
박찬호는 하더만!

댓글 5개:

  1. 뭔가 무겁게 보이기만 하다가에는 진짜 공감해요. 왠지 집중해서 찾아내야 할 것만 같은 위압감이랄까. 박쥐에서 노무현 생각한 건 재미있네요.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ㅋㅋ

    전 박쥐보면서 국제영화제를 너무 의식했다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봉준호나 박찬호가 갖고 있던 재미는 영화적이라면서도 한국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마더나 박쥐에서 참 이제는 그런 요소가 없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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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녀름 - 2009/12/01 05:31
    마더는 아직 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토론토 국제 영화제 갔다왔던 미국의 저명한 교수가 한국 학생에게 자기가 "Director 붕"의 영화를 보고 왔다고 친근함을 표했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제작자 투자자 눈치만 보던 시대에서 "해외 평단"의 눈치를 보는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지요. 해외영화제 참가와 수상을 70-80년대 "기능올림픽" 보듯하는 분위기도 그렇구요. 예술하신다면서, 작가주의 운운하시는 분들이 왜들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뭐 "대가" 컴플렉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참...제가 농담한 통에 "박찬호"라고 하셔서 또 웃었습니다. 박찬호가 재밌었던 것은 급격한 "재미교포" 한국어 습득 때문이었지요. 그러고보니 그부분에서는 박찬호나 박찬욱이나 비슷하기도 하네요. :)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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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녀름 - 2009/12/04 02:20
    별말씀을요. 저는 오타 대마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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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영화 박쥐를 보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이 부분이 머리속 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출처 : 네이버 줄거리 : 뱀파이어가 된 신부, 친구의 아내를 탐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 하다가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르고,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하지만 그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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